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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교수, ‘이주배경 자녀와 우리의 미래’ IFMM 강의

▲최윤정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11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명예이사장 김삼환 목사, 이사장 유종만 목사, IFMM)이 ‘이주배경 자녀와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5월 28일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 방지일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 첫 세션에서는 최윤정 교수(미국 월드미션대학교)가 미국 한인 이민자들의 경험을 통한 ‘이주민 자녀의 정체성 문제와 기독교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의 영역에서 다문화에 관한 담론이 현실에 맞게 자리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문화로 발생하는 많은 이슈들을 명쾌하게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의식 자체가 미국과 달리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 이데올로기’에 의거해 있기 때문에, 다문화 자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최윤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문화 정책에 있어 미국처럼 문화 다원주의(Cutural Pluralism)를 표방할지 아니면 호주나 캐나다처럼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표방할 것인지부터, 국가 정체성에 있어 한국인의 정의를 어떤 범위에서 규정할지, 민족의 정의를 순혈주의에 근거할지 문화와 역사의 공유에 근거할지 등 사회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그러나 이는 정책과 함께 가야 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기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체성은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으로 자아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자신이 어떤 문화에 속하는지에 대한 문화 정체성은 다문화 사회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주제이고, 청소년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발달 요소이다”며 “정체성 문제를 기독교교육과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는, 다문화 사회의 변화 속도가 80마일인데 비해, 사회적 인식과 정책의 속도는 10마일로 가고 있는 현실에서, 기독교가 이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심리사회발달 이론으로 유명한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정체성에 관한 위기가 오고, 그 위기를 잘 극복하면 건강한 정체성을 갖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온다”며 “그러한 위기는 인생관과 가치관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후 청년기와 장년기에 이르러서도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문제로 남아있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문화 다원주의와 정체성 발달 모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주류문화의 존재 없이 다양한 문화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다문화주의에 비해, 문화 다원주의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회의 헤게모니를 가진 주류 문화의 존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미국의 문화 다원주의는 이민자 자녀들로 하여금 정체성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민 1세와 달리,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1.5세 자녀와 미국에서 태어나 1세 혹은 1.5세 자녀와 미국에서 태어나 1세 혹은 1.5세 부모 밑에서 자라난 2세는 자신들이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자라난다. 그는 “그래서 미국과 한국이 스포츠 경기를 겨루면 미국 문화에 동화된 1.5세와 2세 자녀들은 미국을 응원하게 된다”며 “그러나 그들이 문화 다원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백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다른 인종들에 대해 어느 정도 구별과 차별을 보이는 것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예를 들었다.

이후에는 ‘인종 및 문화 정체성 발달 모델’을 통해 주류 문화에 대한 소수 민족 집단의 정체성 변천 과정을 파악했다. 먼저 주류 문화의 관습과 가치관을 완전히 포용하는 1단계 ‘순응(ConFormity)’, 어떤 기회에 주류 문화와 자신의 문화 사이에 모순을 발견하고 차별을 느끼면서 1단계 생각에 의문을 갖는 2단계 ‘부조화(Dissonance)’, 자신의 문화와 관습과 가치관들을 점점 수용하면서 주류 문화의 그것들을 거부하는 3단계 ‘저항과 몰입(Resistance & Immersion)’을 거친다.

그는 “2단계에서 청소년들을 제대로 붙잡아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조승희 사건’이 생기는 것”이라며 “다행히 3단계와 관련, 요즘은 미국 내 한류 열풍 때문에 한인들이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후 3단계의 감정이 자신의 정체성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류 문화의 가치에 대한 엄격한 거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화에 대해 객관적인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며 주류 문화와 자신의 문화의 가치를 통합하려 노력하는 4단계 ‘내면 성찰(Introspect)’, 주류 문화와 자신의 문화 모두에서 고유한 특징을 찾아 이해하며 양쪽 문화의 정체성을 발달시키고, 자신의 긍정적 자아상과 자신감을 찾아 나가는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가치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소수 문화 집단에도 접근하는 ‘통합적 지각(Integrative Awareness)’으로 이어진다.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윤정 교수는 “문화 정체성 형성 과정은 이처럼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 정체성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그러나 정체성 문제에 있어 인종과 문화 정체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자아 정체성이다. 자아 정체성은 신앙 정체성에 의해 더욱 확고해진다. 아무리 문화 정체성이 확실하다 해도, ‘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 에 관한 형이상학적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실존적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한인 자녀들에 대한 정체성 형성에 대해선 ‘신앙 정체성, 이중문화 정체성, 세계시민 정체성’ 교육을 짚었다. 그는 “오늘날 미국 공교육은 인본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고 진화론을 지지한다. 그러나 자신이 우연히 생겨난 존재이고 뜻과 목적도 없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아 정체성을 찾으려는 청소년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며 “인본주의 교육과 달리, 기독교교육은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리고 문화 다원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1.5세와 2세 자녀들에게 문화 정체성을 교육한다는 것은 그들이 미국인(American)이 아닌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은 두 개의 언어와 두 개의 문화에 익숙하므로, 하나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백인보다 훨씬 더 뛰어난 문화 역량을 소유했다”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 확립은 언어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글 교육은 미국의 한인 1.5세와 2세의 정체성 확립에 구심점이 된다”고 정리했다.

더불어 “이중문화 정체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국가간 상호의존성을 이해하고, 세계 공동체에서의 사려 깊은 정체성을 발전시키도록 돕는 것을 교육의 주 목표로 여겨야 한다”며 “내 민족, 내 문화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 시대가 직면한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자세와 긍정적 마음가짐, 그리고 실천할 역량을 필요로 한다. 세계화 시대에 다문화 역량(Intercultural Competence)은 개인이 갖출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했다.

결론을 통해 최윤정 교수는 “청소년기의 정체성은 남은 생애 기간 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심리발달 요소가 된다. 청소년기에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체성 상실이나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며 “정체성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미래는 우리나라와 교회의 미래이므로, 다문화라는 굴레 아래 그들의 문제를 결코 방치해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단일 민족과 문화 정체성을 소유한 사람은 결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다문화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문제와 사회 정책에 관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담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하나하나 이뤄야 할 과제이나, 기독교교육 차원의 다문화 이슈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청소년들에 대한 접근은 더욱 그러하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주어진 선교적 사명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여야와 동서 등 국민 통합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 사회에서 다문화 사회와의 통합은 전혀 화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통합과 선교의 차원에서 움직이고 앞장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 교수 외에도 ‘이주배경자녀와 한국의 미래’, ‘한국 이주배경 자녀의 학교교육’, ‘한국 이주배경 자녀의 교회학교 교육’, ‘한국 이주배경 자녀교육의 미래 방향’ 등 4가지 세션에서 여러 차례의 발제가 진행됐다. 앞선 예배에서는 유종만 목사(포럼 이사장)가 ‘사랑의 울타리(잠 15:13-1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1세션에서 박찬식 소장(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이 ‘아젠다 세팅’, 송인선 대표(경기글로벌센타)가 ‘이주배경환경 유형에 따른 자녀교육)’, 2세션에서 최상돈 교사(포천신북초)가 ‘이주배경자녀 교육정책과 공교육 사례’, 박영신 교장(포천다문화국제학교)이 ‘이주배경자녀 교육의 실제’, 3세션에서 조금란 사모, 오르나·아마라 전도사가 ‘부천 몽골교회 주일학교와 어린이집 운영방안’, 안드레이 전도사(예수상속교회)가 ‘러시아 어린이 주일학교 비전’, 4세션에서 이창용 목사(인천계산교회)가 ‘다문화교육과 주일학교 방안’, 정종원 목사(프레밀리)가 ‘이주민 한부모 대안 가족공동체’, 오양가 사장(Cafe Nomads)이 ‘중도입국 청소년의 성장과 꿈’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