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 (포이에마)의 공저자 윤석언 학우와 박수민 학우가 미국 메릴랜드에서 만났다. 현재 M.Div 과정에 재학중인 두 사람은 각각 폴란드(박수민 학우)와 미국(윤석언 학우)에 거주하면서 수년간 이메일로 왕래하며 우정을 쌓은 서신과 병상일지 등을 엮어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출판 이후에도 서로 만나지 못하다가 박수민 학우가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윤석언 학우를 방문하게 되면서 드디어 만남이 성사되었다. 윤석언 학우는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병상에서 풀어낸 아름다운 시와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전도자의 삶을 살고 있으며 박수민 학우는 UBF 출신 자비량 선교사로 가족들과 폴란드에 거주하면서 청년 선교에 헌신하고 있다.
다음은 두 사람의 만남 이후에 보내온 박수민 학우의 글이다.
8월 6일 바르샤바를 떠나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를 거쳐서 친구가 사는 볼티모어 공항에 8월 8일 오전 10시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출구 앞에 친구 어머님께서 친숙하고 환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27년간 전신마비로 살아가는 아들을 위해 드린 헌신과 섬김의 고단한 얼굴이 아닐까하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마치 천사와 같고 성령님이 함께 하시는 환하고 건강하신 믿음의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는 또 다른 믿음의 친구, 이용민 목사님께서 공항까지 함께 나오셨습니다, 우린 공항에서 곧 바로 널싱홈으로 갔습니다.
3년간 꿈에 그리고 매일 글로만 이야기하던 친구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바로 어제 “내일 보자!”고 인사하던 그 친구가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습니다. 전혀 낯설지 않고 어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마치 사랑하는 주님의 얼굴을 본듯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나에겐 성인같기도하고 선교사의 모범같은 참그리스도인 김간호사님을 만났습니다. 우린 매일 그랬던 것 처럼 안부를 묻고 특히 몇 주간 폐렴으로 심한 고통가운데 지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님이 늘 함께 계시는 널실홈의 친구방을 찾아온 건 내게 특권이고 영광이었습니다. 믿음안에서의 인내와 순결한 하나님 나라의 소망으로만 견뎌온 긴 시간들이 맑고 정결하게 나의 숨결과 피부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주변엔 친구를 응원하며 함께 하는 세계 각국에서 온 격려의 선물들이 가지런히 간직되어 있었고 그 사이 자리를 잘 잡아서 폴란드에서 가져간 바르샤바 상징 세라믹 액자를 꽂아 두었습니다. 친구와의 만남으로 긴 여정의 피곤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꼼짝할 수 없는 친구를 찾아오시고 동행하시는 성령 하나님! 친구의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커보였습니다. 내 눈앞에 정말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목격이되는데도 그 모습이 크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예상했던대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간호사님, 어머님의 매일의 삶을 목격하고 마치 하늘 영광을 버리고 수건을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닦고계신 주님처럼 크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친구는 내게 ‘독수리 타법’을 시현해 주었습니다. 한 글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몸으로 쓰는 글은 상상이상으로 힘겨워 보였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글로 만들어내기 위한 지난날의 몸부림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했던 대로 였습니다. 이미 많이 미안했지만, 하나님께서 친구에게 하신 일이고 나는 친구와 동행만했을 뿐임으로 진심 미안했지만 죄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잘 간직해 두었던 어린시절, 청년의 때, 그리고 교통 사고와 그 이후의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해준 친구의 삶의 이야기가 그대로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까까머리 검정교복 입은 모습을 보니 마치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처럼 더 가깝게 느겨졌습니다. 암벽 등반, 스키, 테니스를 잘 하던 만능 청년의 친구의 사전이전의 허벅다리는 차범근의 허벅다리같았습니다. 지금은 세게 흔들면 부러질 것 같은 앙상한 다리인데, ‘소녀시대’같은 롱다리랍니다.^^ 간호사님의 말론 친구는 전형적으로 수줍어하는 A형을 넘어선 트리플(Triple) A 형인데 내겐 트리플 O형처럼 유머가 적나라했습니다.
불완전하고 세미한 소리지만, 몇 차례만 간호사님이 도와주었을뿐 입술만 봐도 알고 소리가 명확하지 않아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기도하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대화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서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해 달라’는 기도제목을 가지고 왔는데 친구는 제게 그 세미한 음성으로 하나님 나라 소망안에서의 인내와 믿음을 말해주었습니다.
점심에 그다지 맛없다는 병원밥을 뺏어먹기로 되어 있는데, 불행히도 교회 귀한 성도님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아야했습니다. 친구가 그러라고해서 저녁은 함께 할 수 있다해서 갔다 왔습니다. 저녁시간 오랜세월 함께 해 온 ‘사랑나누기’식구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가만히 함께 있어 주기만해도 힘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천사같은 식구들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도 모세와 장로들을 초청해서,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식탁에 초청해서 함께 했던 것 처럼, ‘사랑 나누기’ 식구들은 그렇게 함께 하는 마음이 따스한 가족같았습니다.
많은 사람 모이고, 머리를 들어야하는 시간은 페렴이 없을 때도 죽을 맛인데, 나의 방문 때문에 할 수 없이 기계의 힘에 의지해 공중에 들려야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먼저 모임 장소에 보내놓고, 옷갈아입기 위해 어린아기처럼 몸을 맞기고 기계에 의존해서 공중 매달릴 때도 제 눈에 기도하는 영적인 전사 그대로였습니다. 간호사님의 숙련되고 강인한 힘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힘임을 확인했습니다. 음식 소화하기도쉽지 않은데 친구의 머리 맡에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어지럽고, 씹기도 힘들고, 소화도 힘들고, 시간이 갈수록 육체가 말이 듣지 않아서, 배를 거의 1-2분에 한 번 세게 눌러주어야만 의식을 붙잡을 수 있는 혈압이었습니다. 친구의 혈색이 오락가락하지만 그래도 기쁜가 봅니다.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밤 10시 비행기로 돌아가야하니, 12시간의 일정으로 온 것입니다.
꼼짝할 수 없는 친구는 지금까지 이야기해 오고 생각해 온대로 제 눈 앞에 엄청 커보였습니다. 분명 위대하고 강하신 창조주 하나님과 구원의 주 예수님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보여준 대형 컴푸터 화면에 낮익은 현지 양들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기도로 문서로 세계 만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동역자인 친구를 만나고와서 행복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위해 계속 함께 할 겁니다. 유럽식으로 세번 볼에 키스로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주님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