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 학술세미나가 10월 9일(화) 본교 채플실에서 있었다. 이번 학술세미나에는 본교 학부 상담학과 디렉터인 김현경 교수가 <기독교 중년 여성의 이야기 정체성 형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하였다. 이 날 세미나에는 Orange County 상담대학원 학생들뿐만 아니라 원거리에서 온라인 학생들이 실시간 Conference Tool을 사용해 대거 참여하였다. 다음은 세미나 내용 축약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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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이다. 특히,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려 할 때,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그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는 지는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정체성과 깊게 연관되어있음을 내러티브 정체성 이론가 narrative identity theorist 들은 주장한다. 구성주의 관점에서 McAdams는 인간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의미를 구성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인생 이야기는 곧 정체성”이라는 이론을 구축했다. 인생 이야기의 저자로서 자신의 인생 여정의 의미를 결정하고 자신과 주변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를 결정하는 과정, 즉 자서전적 추론을 통해 형성되는 통합적이며, 응집력 있는 인생 이야기는 곧 내러티브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러티브 정체성 형성은 한순간에 정립되는 것이 아닌 만큼, 나이에 따라 평가되고 재구성되어가면서 중년기때 높은 생산성이 관찰되는 내러티브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생산성generativity란 Erikson의 사회 정서적 이론에서 제시된 중년기의 발달과제이다. 자신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통해 나타난 장인 정신과 창조 정신으로 개인과 다음 세대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뜻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그들만이 전달할 수 있는 삶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자원들이 있고 그런 자원들을 이웃, 다음 세대, 그리고 사회를 위해 내어주는 삶을 살아갈 때 돌봄이라는 덕을 인격 가운데 열매 맺게 된다. 더구나 하나님 나라의 소유된 백성으로 이 시대를살아가는 중년 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가정, 교회, 그리고 사회 가운데서 점점 더 확장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된 시기라는 것과 이에 대한 청지기 적 사명감을 느낀다. 그러나 문제는 중년기의 모든 사람이 높은 생산성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 안에 축적되어있는 경험과 지혜를 귀한 자원으로 인식하지도, 발견하지도 못함으로 인해 침체된 중년기를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Harvard 대학의 성인 연구를 보면 중년기의 행복 수치가 노년기의 삶의 질을 예측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점점 더 길어져 가는 중년기와 그 이후의 삶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경영함으로써 개인과 사회, 그리고 영적 공동체 가운데 거룩한 영적 영향력을 끼치고 살아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담과 교회내 사역, 그리고 중년 여성의 연구를 통해 발견하게 된 것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의 토막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파편화된 자아와 자기 개념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자신의 전 인생 이야기를 하나의 통합되고 응집력 있는 정체성을 형성하며 자신이 살아온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거룩한 가치를 하나님 앞에서 찾아가기보다 사건과 사건 사이를 건너뛰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입증하려 애쓰며 살아가는 중년 여성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분명 그들의 인생 가운데 있는 것은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만의 자원들이다. 소중한 것으로, 그리고 가치있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개발하지 못한 것뿐이다. 없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중년 여성들이 자신 가운데 쌓여있는 고유한 자원들을 소중한 가치와 의미로 재 발견하게 될 때 그것을 이웃과 다음 세대를 위해 내어줄 수 있는 거룩한 영향력의 사람들이 될 수 있다. 이런 중년기 성장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교회와 신학교가 좀 더 구체적이며 체계화된 사역과 교육 접근으로 다가간다면, 이들의 생산성의 자원을 통해 개인의 가정은 물론, 교회와 사회를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